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윤정하 1월 17일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의 CHA Health Systems와 KAGMA(Korean American Graduate Medical Association)의 공동주관 하에 미국 LA에서 이루어지는 ‘CHA/KAGMA student internship’ 프로그램에 참가하였습니다.
여러 specialty 분야의 여러 선생님들을 뵙고 여러 병원에서 진행되어 매일매일이 새롭고 재미있고 유익한 하루였습니다. 16일 일요일 저녁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각자의 스케줄표를 받았고 매일 지정된 장소로 선생님을 뵈러 가게 되었습니다. 첫날에는 어떻게 찾아갈까 걱정이 되어 택시를 이용하였지만 이틀째부터는 병원 위치를 미리 알아보고 버스를 타고 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일부러 일찍 출발하여 버스여행 겸 출근(!)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대부분 도보로 30분 혹은 버스로 30분 이내에 위치해 있었고 몇몇 선생님께서는 직접 숙소로 픽업을 해주시기도 하여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2011/01/17 : Dr. Sepilian (Vicken Sepilian) - CHA Fertility Center 알마니아 의사분으로 당시 불임센터에 계시는 유일한 의사선생님이었습니다. 모두 한국인 의사선생님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첫날부터 영어로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해서 당황스러웠지만, LA에 있는 CHA Fertility Center가 어떤지 궁금했었기 때문에 학생 4명 중 1명만 갈 수 있다고 하여 지원하였습니다. egg collection, embryo transfer 등 산부인과 실습 때 보아서 환자분들이 한국, 일본, 알마니아분 등 외국인인 것을 제외하고는 신기할 것이 없었지만, 환자분들에게 procedure 하나하나를 저런 것까지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히,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환자가 고통스러워할 때 진심이 담긴 empathy를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procedure 후에 환자의 몸에 묻은 것을 닦아주며 procedure 이전과 똑같이, 그보다 더 깨끗하게 해주려고 항상 노력한다며 웃으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환자들이 한국, 일본, 알마니아 사람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어서인지 간호사들도 그에 맞게 한국, 일본, 알마니아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어서 신기하였습니다.
2011/01/18 : Dr. Bae (Ho Bae) - Gastroenterology 오전에는 내시경센터에서 내시경 시술 참관, 오후에는 선생님 개인 office에서 외래 참관을 하였습니다. 우선, 미국에는 환자가 적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선생님이 식사할 시간이 나기 힘드실 만큼 환자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찾아오는 환자들로 식사할 시간도 내기 힘드신 가운데, 환자들의 개인적인 힘든 이야기도 함께 들어주며 진심어린 사랑으로 진료하시는 모습에서, 의사의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 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 '환자는 아프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의사와 똑같다. 차이가 없다. 우리가 더 잘났다는 건 없다', '돈을 ?아 진료를 하려하지 말라. 진심을 담아 사랑으로 진료한다면 경제적 보상은 자연히 온다' 등 진정 멋진 의사선생님이었습니다. 한국 환자들은 물론 일본,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의 환자들이 선생님에게 깊은 신뢰를 갖게 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011/01/19 : Dr. Kim (Alex Kim) - Infectious Disease 4명의 의사들과 클리닉을 하시는 Alex Kim 선생님께 진료를 의뢰한 Saint Vincent Hospital에 갔습니다. 이 병원은 Korea town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한인 환자들이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한인 의사와 간호사 또한 매우 많았습니다. 병원 내부에서 무궁화 그림과 액자 속 한복도 발견하여 신기하였습니다. 미국은 개인병원을 하고 있더라도 Saint Vincent Hospital과 같은 큰 병원과 partnership을 체결하여 진료의뢰를 받을 수 있고 내 환자를 그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개인병원에 온 환자를 2,3차 병원의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입원시키게 될 경우 우리 나라의 경우 2,3차 병원에 보내고 그 후 어떻게 진료를 받고 있는지 환자상태가 어떤지 신경을 쓰지 않지만, 미국 시스템에서는 입원시키고 자신이 계속 monitoring, follow up하며 필요한 경우 다른 분야 의사의 진료를 의뢰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만큼 consult 보느냐에 따라 pay를 받고 partnership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더욱 환자에게 친절히 대하고 정성껏 진료를 해주게 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자신이 본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경제적 보상이 따르니 참 좋은 시스템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01/20 : Dr. Kim (Kenneth Kim) - Family medicine 우리 프로그램의 총 지도교수님이신 선생님이십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가정의학 전문의 또는 일반의 선생님들이 일반의원을 개원하여 1차 진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 널리 정착이 되어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미국의 Primary care를 담당하는 Physician의 진료실의 모습이 궁금하였습니다. 외래 참관 시작부터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단순히 환자의 현재 주된 증상, 질병 상태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족력, 생활습관, 스트레스 요인 등을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풀어나가며, 질병이 발생하기 이전에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이었습니다. Lab 수치가 정상범위에 들어가 있어 괜찮다고 지나갈 법한 것을 환자의 가족력 등을 근거로 발생 가능한 질병에 대한 교육과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함께 진행하였고, 금연, 금주를 무조건 권하는 것이 아니라 흡연을 하는 이유와 술을 마시는 이유를 찾아보아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고 나아가 금연과 금주를 하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방법이야말로 처음부터 약을 사용하여 하게 하는 방법보다 훨씬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환자 한사람이 아닌 환자 가족 전체에게 모두 관심을 갖고 대화하시는 모습에서 진정한 가족 주치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1/01/21 : Dr. Lee (Sam Lee) - Urology 우리 나라와 달리 미국의 Surgeon은 개인 office에서 환자를 보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 주변의 큰 병원에 수술을 예약하여 직접 큰 병원에 가서 수술하고 post-op care도 한다는 점이 매우 신기하였습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레지던트 수련 후 개업하기가 힘들고 개업하더라도 작고 간단한 수술만 가능한데 반하여, 미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웠습니다. Saint Vincent Hospital의 수술실 화이트보드에 적혀있는 많은 한국의사선생님의 이름을 보면서 세계 속의 한국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11/01/24 : Dr. Rhee (Jason Rhee) - Pain medicine 재활의학 레지던트를 마치고 통증의학 펠로우십을 하신 분으로 개인 office에서 외래 참관 및 시술 참관을 하였습니다. 통증 클리닉이라는 이름에 맞게 모든 환자들은 각종 통증을 호소하였으며 호소하는 표현이 영어든 우리말이든 다양하였습니다. 통증 정도에 따라, 부위에 따라, 때로는 약을 처방하기도 하고 시술을 하기도 하였으며 이번에는 버텨보라고 하시는 모습에서 환자의 통증에 대한 진심어린 empathy를 느낄 수 있었고, 기계적으로 시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환자의 질병과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치료 이전에 선행되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2011/01/25 : Dr. Ahn (Philip Ahn) - Neurology 우리 나라의 경우 신경과 전문의의 인원이 적을 뿐 아니라 레지던트 이후에 진로가 명확하지 않아 학문적으로 관심이 있어도 전공으로 정하기가 망설여지기 쉽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시스템에서는 신경학을 개인 클리닉으로 하여도 정말 다양한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시간동안 Parkinson disease 혹은 essential tremor가 있는 환자를 많이 보다니 신기하였습니다. 선생님을 뵈러 멀리서 환자분들이 오고 그들이 선생님을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처음에는 신기했었는데, 다른 과에서 지어온 약도 보여주어가며 이거 괜찮은 거냐고 확인하는 환자들에게, 힘들고 귀찮은 내색 없이 언제나 부드럽게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의사-환자의 관계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2011/01/26 : Dr. Kim (Andrew Kim) - Cardiology Cardiologist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선생님이셨습니다. 고혈압 환자의 medicine 처방부터 상실성 빈맥 환자의 응급처치, 그리고 Good Samaritan Hospital에 입원한 환자의 coronary angiography, PCI, cardioversion 등등 정말 하루가 흥미진진했습니다. cardiologist가 개인 클리닉을 하면서 이렇게 다양한 procedure를 장소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멋진지 미국 의료시스템이 부러웠습니다.
2011/01/27 : Dr. Hahn (Clan Hahn) - Hema/Oncology 3학년 때 혈액 종양 내과 실습 돌 때 느꼈던 것처럼 이곳 역시 advanced stage의 cancer 환자들이 많아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이 수술 후 adjuvant chemotherapy를 하고 계신 분들이었고 그 외에 ITP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3학년 실습 때 환자분들이 여럿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힘들었던 생각이 나서, 이쪽 분야 전문의가 되려면 아픈 환자분들에 대한 진심어린 empathy와 동시에 내 자신의 마음의 평안함을 유지해야할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으시냐는 내 질문에, 자신의 mind control은 취미활동(선생님은 농구를 포함하여 모든 운동을 좋아하심)을 하면서 해야 한다는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을 따라 말로만 듣던 Hollywood Presbyterian Hospital에 가서 잠깐 동안의 tour를 하였습니다.
2011/01/28 : Dr. Kang (Helen Kang) - Breast surgery 3살 때 미국에 오셔서 원래는 한국말을 전혀 못하지만 이제 한국말을 배워가는 중이라는 한국을 여자 외과의의 진정한 대표 선생님이셨습니다.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한국분이셨습니다. 한국말을 배운지 6개월이란 말이 믿어지지 않게 어려운 한자어도 잘 아셔서 가끔 무식한 내가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일반외과 레지던트 5년, 유방외과 펠로우 2년을 거쳐 총 7년의 시간을 지나 practice를 시작한지 1년이 이제 막 지났다는 말이 무색하게, 수술실에서 너무나 멋있는 surgeon의 모습으로, 함께 일하는 마취과 의사, 수술 assistant분들과 돈독한 관계를 가지며, 특히 수술 전 환자의 손을 꼭 붙잡고 nervous해도 괜찮은 거라고 수술을 앞둔 환자의 마음까지 보살피는 따뜻한 외과의사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종합적인 느낌
1학년 때부터 워낙 가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고 다녀오신 선배님들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큰 설렘과 기대를 안고 갔습니다. 미국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 이렇게 2가지로 이 프로그램을 정의하기엔 너무나 받은 것이 많아 단순히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개인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내 인생에 작지 않은 파동을 일으킬 만큼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출발하기 전에 가졌던 큰 설렘과 기대 그 이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활성화되어 보다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주라는 시간 매일 다른 스케줄을 다니다보니 어느새 떠날 시간이 되어 마음이 많이 허전했습니다. 소중하고 값진 기회를 마련해 주신 차광렬 회장님, 박명재 총장님, 홍성표 교수님, 그리고 현지에서 학생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시고 신경써주신 Kenneth Kim 선생님을 비롯한 KAGMA 소속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